"단일화 없었으면 졌다"…尹, 안철수에 '빚 갚을 결심'할까 [맹진규의 국회는 지금]

입력 2023-03-02 08:05   수정 2023-03-02 08:11


"윤석열과 안철수, 우리 두 사람은 ‘원팀’ 입니다"

지난해 3월 3일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손을 맞잡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선언문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3일, 윤 대통령과 안 후보가 '단일화 1주년'을 맞는다. 1년 전 원팀을 외친 두 사람이지만 최근 둘 사이는 그리 가깝지 않아 보인다. 안 후보는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서 멀어지면서 당 대표 후보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0.73%p 차이..."단일화 없이는 승리 불가"
'0.73%포인트'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다. 역대 대선 1·2위 후보 간 최소 득표율 격차로, 윤 대통령은 초박빙 접전 끝에 당선됐다.

윤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5월 11일 유재성 계명대 교수가 발표한 ‘부동층과 이동 투표자의 특성과 투표 선택’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선거 사전, 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한 패널데이터로 단일화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 중 60.6%는 실제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를 뽑았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사람은 33.1%에 불과했다.

또 윤석열 후보를 뽑은 사람 가운데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를 조사했더니 14.64%인 반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사람 중 안철수 후보 지지층은 8.48%에 그쳤다. 유 교수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의 효과는 윤석열 후보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지후보를 변경한 '이동 투표자'도 윤석열 후보가 더 많았다. 이재명 후보 투표자 중 부동층인 '지속 투표자'는 75.16%, 이동 투표자는 24.85%였다.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 가운데 지속 투표자는 69.77%, 이동 투표자는 30.23%로 이재명 후보보다 이동 투표자 비율이 더 많았다.

유 교수는 "부동층은 이재명 후보, 이동 투표자는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컸다. 윤석열 후보로 지지를 변경, 이동한 투표자는 주로 안철수 지지에서 변경, 이동한 투표자로 나타났다"며 "윤석열 후보의 대선 승리는 후보 단일화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철수 향해 불편한 기색 드러낸 대통령실
그런데 지난달 5일 윤 대통령은 안 후보를 '적'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안 후보를 겨냥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 언급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윤안연대는)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가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안 후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정권 초기 안 후보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직에 집중하겠다며 거절했다. 이어 경기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도 제안했으나 안 후보는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총리직, 장관직 모두 인선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안 후보가 나서주길 기대했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 후보가 자기 정치만 한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당시 공동정부라고 말만 하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이 내각에 들어가지 못한 데 불만이 있었고 당권 도전에 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대통령실의 압박에 주춤하는 듯 했던 안 후보는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는 여러모로 낯설다. 대통령실ㆍ비대위ㆍ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피해의식인가"라며 전당대회 공정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제 편을 들지 않는다고 서운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총선 승리보다 전당대회 승리만 생각하는 모습이 실망스럽고, 권력의 단맛을 독점하려는 몇몇 사람의 탐욕 때문에 총선 승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이 '윤안연대' 표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라며 "당원이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 빚는 것을 우려했고, 당 내분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의 정치적 꿈보다 정권 교체ㆍ총선 승리가 먼저"라며 "총선 승리만 할 수 있다면 저는 국민의힘 문지기가 돼도 좋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본인에게 단일화로 빚을 졌다고 생각하나'고 묻자 “그건 저도 모른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이어 "어쨌든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꿨다. 친북 성향의 정권을 세계사 흐름에 맞게 제 자리로 돌려놓은, 역사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심'에서 멀어진 안 후보의 지지율은 주춤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 판도가 '1강(김기현) 3중(안철수·천하람·황교안)'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현재까지도 김기현 후보와 양강구도다. 결선 투표에만 진출하면 판세가 뒤집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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